
우리집에서 17년째
한솥밥먹는 분
동거견
본분을 망각하고 본인이 사람인줄 아는
아니 우리 모두가 개 인줄 알고있는 분

지가 화장실에 똥이나 오줌을 싸면
내가 득달같이 뛰어가 해결 해 버리니까
이제는 저것이
지 오줌과 똥을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줄 안다.
(개의 지능과 인지능력 기준으로 치면 내가 다 먹어치우는 거라 생각하고 있을 듯.......)
오해야...오해라구우...ㅠㅠ

큰딸이 아가일때도 있었고

작은딸이 아가일때도 있었다.
한마디로 개언니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큰딸이 네살때 울었다.
"왜 우리 언니는 개야? " ㅠㅠㅠㅠ

보름달이 뜨면 하울링을 할것같은 비주얼이지만

저 언니는 잔다.
하물며 허스키주제에 추위를 많이 타서 실내온도 22도가 되면 뱀 마냥 또아리를 튼다.
(우리애들은 마카롱이라고 부르던데)
그래서 우리집 겨울 실내온도는 24도
25도에는 헥헥거리며 죽는다고 난리.

우리집 원형 쿠션도 지가 차지한 뒤 해먹고

우리애들 애착담요도 지가 차지한뒤 해먹음

이제는 비싼 러그까지 지가 차지햇...

이런 포근하고 폭신해 보이는 쇼파는 엄두도 못내고

맨날 지겹도록 청소기 돌리고 이불빨래 해댐

가끔 집에 개가 두마리가 되어 난감하지만
둘이 생사를 확인하고 평온을 찾길래
나도 그냥 냅둠.

집에 큰 개가 있다보니 사람 찾아오는게 불편해서
웬만한 수리는 이제 셀프로 척척
(불러만주세요 출장 가능)

어딘가 여행을 떠날때에는
굽신거리며 맡아주실 고마운 분을 찾아내어야 하고
(혼자있으면 외로워서 울기때무니)

내킬때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마당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서 예전 사무실에는 마당을 만들었음)
그게 불가능하면

매일 뛴다.
체감 영하 15도 날씨에도 뛴다
땀뻘뻘

걷는다 돌아다닌다 끌려다닌다

또걷는다 또돌아다닌다 또 끌려다닌다

그래도 걷는다 그래도 돌아다닌다 그래도 끌려다닌다.

그것도 부족하면 조른다
현관에서 산다

그래도 안해주면
삐진다.
궁딩이만 보여준다.
불러도 안온다.
들은척도안한다.
(그래도 심장은 벌렁거리고 있는지 귀는 꿈틀꿈틀)

가끔은 악마같은데

가끔은 짠하고 불쌍하고 미얀하고

나 일하고 있을때 옆에 웅크리고 같이 앉아 있어 주는게
얼마나 마음에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따뜻하고 움직이고 내 말을 이해한다는듯 눈을 마주쳐 주는 살아있는 생명이 옆에 있다는것이
.. 아마 배구공 윌슨보다 낫겠지.

혀 물고 자다가 화들짝 놀란 표정도 귀엽고
자꾸자꾸 놀래키고 싶어서 장난치는데
째려보며 가버린다.
허 참

2023년 생일 축하해♡
길거리를 떠돌다 2007년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날 부터
그렇게 여기가 니 정해진 자리인것 마냥
옆에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나도 느끼고 있는데
아직은
우리가 겪어야 할 일 같지가 않아서
자꾸 회피하게 된다.
태어날때 부터 너 라는 존재가 있는것이 당연한
내 아이들이 겪을 슬픔을 .
어떤 말로 위로 해 줘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사실 내 슬픔을 감당해 낼 자신도 없다.

그냥 계속 거기에 누워서 숨쉬고 있으면 안될까?
살금살금 다가가 "어흥" 하면
파란빛 사탕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크햨" 소리치며 번개같이 펄쩍 뛰지않아도 좋으니

그냥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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